책이야기
오랜만에 꺼내보는 [급류] 문장들
·9. 30.·조회 54·댓글 1·좋아요 1
올 초에 읽었던 급류
메모장에 적어두고 가끔 꺼내 읽는 문장들이에요
도담아 해솔아 너네는 꼭 행복해야한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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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게 제자리에 있던 것 같은 삶에 갑자기 너무
큰 상실이 한꺼번에 들이닥쳐
도담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항상 품어 온 불안이 현실이 된 끔찍한 기분.
이 모든 게 자신이 습관처럼 했던 불길한 상상
탓인 것 같은 죄책감.
도담이 혼자 있고 싶다고 하면 희진은
‘어차피 잘 때는 너 혼자 있잖아.
그때까지 같이 있지는 못하니까 참아.’ 라며
도담의 손을 잡았다.
그들의 삶이 힘들 때마다 적어도 내게는 저렇게
끔찍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잖아, 나는 행복한 거야,
라고 위안 삼을 만한 불행의 표본이 되었겠지.
온 세상이 자신을 속이고
몰래카메라를 찍는 기분이었다.
해솔이 보고 싶었다.
"해솔아."
도담이 어둠 속에서 소리 내어 이름을 불러봤다.
"이해솔."
도담의 목소리가 가냘프게 떨렸다.
들릴 듯 말 듯 저 너머로 사라지는
귀신 새 울음소리처럼.
도담은 해솔과 함께 듣던 귀신 새 울음소리가 그리워 귀를 기울였다. 30분, 한 시간, 추위에 떨면서도 좀처럼 들려오지 않는 소리를 기필코 들어야 한다는 듯이 기다렸다. 뒤늦게 호랑지빠귀가 철새라는 게 기억났고 이미 떠났다는 걸 깨달았다. 불현듯 영영 해솔을 못 보게 되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도담은 사진에 불을 붙이려고 창석의 얼굴에 라이터를 가따이 가져갔다가 놀라서 멈췄다.
평생 뜨거운 불과 싸우던 사람을
또 다시 불에 태워버리려고 한 자신이 끔찍했다.
불이 나서 소방차가 오더라도,
아빠는 오지 않을 것이다.
무경에 대한 마음과 해솔에 대한 마음은 시냇물과 바다만큼 너무 명백하게 차이가 나서 비교할 필요조차 없었다.
다급하게 하나가 됐다. 두 사람에게 세상은 너무 시렸고 한시바삐 서로를 안아야 했다.
해솔을 이루는 중요한 어떤 것을 눈물과 함께 흘려보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많이 울고도 다시
행복한 얼굴을 할 수 있을까 걱정될 정도였다.
*해솔과의 재회에 운명 같은 단어가 연상되는 건 우연에도 인과를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의 습성 때문이다. 추억 때문이다.
"도담 씨, 그런 얘기 들어 본 적 없어? 7년인가 지나면 사람의 몸을 이루고 있는 모든 세포가 교체된대. 10년이면 도담 씨 온몸의 세포가 교체된 거야. 그러면 이제 도담 씨도 그 사람도 그때와 완전히 다른 사람이지 않을까?"
겨우 스물두살이었어. 그때 정말 너무 어렸어.
도담이 씁쓸하게 웃었다. 자신의 입으로 그 시절을 그렇게 정리하는 게 신기했다. 분명 어렸다.
그렇지만 그때는 지금보다 더 죽음을 가깝게 느꼈다.
모두가 옳다고 하는, 생명을 위한 희생이라는 가치 안에서만 자기 파괴를 할 수 있다는 게 너무나 해솔이다웠다.
"지금 너는 행복이 두려운 거야." 해솔이 도담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도담의 눈을 바라봤다.
"도담아, 슬픔과 너무 가까이 지내면 슬픔에도 중독될 수 있어. 슬픔이 행복보다 익숙해지고
행복이 낯설어질 수 있어.
우리 그러지 말자. 미리 두려워하지 말고
모든 걸 다 겪자
선화는 해솔의 불안을 끌어안을 수 없어
떠났다고 했다.
도담은 불안이 익숙했다.
어쩌면 도담은 해솔과 운명처럼 얽힌
그 불안 자체를 사랑하는 것인지도 몰랐다.
영원히 살 것처럼이 아니라,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처럼 해솔을 사랑하겠다고. 두 사람에게 어떤 고난이 닥쳐도 해솔과 다시는 헤어지지 않겠다고.
**수면에 나와 눈부신 햇살을 받으니 살아 숨 쉬는 그 자체로 좋았다. 지나간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있을지 모를 미래에 목매지도 않으면서 진정으로 살고 싶어졌다. 낙관도 비관도 하지 않고 하루하루를,
거센 물살을 헤엄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