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완독

독서 메모
📌이야기란 본시, 전하는 자의 입장에 따라, 듣는 사람의 편의에 따라, 이야기꾼의 솜씨에 따라 가감과 변형이 있게 마련이다. p.82, p.117 📌'인생을 살아간다는 건 끊임없이 쌓이는 먼지를 닦아내는 거나 다름이 없다.' p.315 📌춘희야, 둥글다고 다 시루가 아니듯 네모나다고 해서 다 벽돌은 아니란다. p.359 📌혼자 벽돌을 굽는 동안 그녀는 점점 더 고독해졌으며 고독해질수록 벽돌은 더욱 훌륭해졌다. 공장 뒤편의 너른 벌판은 점점 더 많은 벽돌들로 채워져갔다. p.407 📎서평 •길이가 긴 편이고 생소한 표현도 많아 술술 읽히지는 않았지만, 마침내 이 거대한 서사시를 완독하고 나니 스스로 정리해야 할 많은 질문들이 남았다. 거침없는 입담꾼이 직접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서사 방식은 매우 신선했다. 옛만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하고, 반복과 과장이 두드러지는 부분에서는 판소리를 듣는 것 같은 인상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형식은 소설 전반에 깔린 야만적인 분위기와 어우러져 독특한 개성을 만들어냈다. 저자가 다른 분야의 문학을 얼마나 깊이 있게 연구했는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하고 뚜렷한 필력이 돋보였다. 그 와중에도 짧은 문장 사이에 호흡이 긴 문장을 배치하거나, 특정 인물들을 단면적이고 부정적으로 그려내는 등—'굳이 그랬어야 했을까' 싶은 아쉬운 대목도 있었지만—명백한 의도를 가지고 자신만의 틀을 만들어낸 점은 인상 깊었다. 하나하나 뜯어보면 익숙한 요소들인데도, 이들이 유기적으로 섞이면서 전체적으로 완전히 새로운 느낌을 주었다. 여러 장르나 방식을 혼합해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을 좋아하는 내게는 확실한 '호(好)'였다. 원래 성향을 굳이 따지자면 장활하게 늘어놓는 글보다는 압축되고 촘촘한 글을 더 선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명확하다. 수많은 등장인물에게 선명한 성격과 뚜렷한 역할을 부여한 점, 긴 시간의 서사임에도 마지막까지 긴장의 스펙트럼을 놓지 않은 구성, 무엇보다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드는 엄청난 입심. 일부 무심하고 정돈되지 않게 느껴진 부분들도 있었지만, 그마저도 이 소설만의 '개성'이자 서사시적 '성격'으로 수용할 수 있을 정도였다. 만약 나에게 이와 같은 포맷으로 소설을 쓰라고 한다면 제목을 '벽돌'이라 짓고 그 소재에 집중했을 텐데, '고래'라 이름 붙였다는 점에서 작가의 나와 다른 시선을 엿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이야기란 본시, 전하는 자의 입장에 따라, 듣는 사람의 편의에 따라, 이야기꾼의 솜씨에 따라 가감과 변형이 있게 마련이니까. ❓️문(文)의 이름의 의미? ❗️춘희에게 ‘언어’를 가르치는 사람. 춘희는 말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文이 가르쳐준 벽돌 만들기가 춘희에게는 자신의 생각과 존재를 표현하는 일종의 언어가 된다. 그래서 ‘글월 문(文)’을 붙인 게 아닐까. ❓️'그것은 ○○의 법칙이었다'라는 표현이 반복되는 이유? ❗️설화, 신화처럼 보이게 보이게 하는 역할. ❓️불교용어(Ex)조섭, 단말마, 보시 등)가 자주 나오는 이유? ❗️작품 전반에 불교의 핵심 교리인 인과응보(업보)와 윤회의 굴레를 따르고 있기 때문. ❓️생선장수가 죽고도 비린내를 풍긴 것의 의미? ❗️인간이 남긴 가난, 흔적, 업보가 얼마나 질기고 지독하게 타인의 삶에 영향을 주는지 보여줌. ❓️평대의 의미? ❗️금복이 거대한 욕망과 야망을 실현해나가는 발판 ❓️개망초의 의미? ❗️척박한 환경 속에서 끈질기게 살아남는 생명력과 서글픈 처지. 춘희를 대변. ❓️금복이 굳이 전재산을 털며 벽돌공장을 만드는 일에 집착한 이유? ❗️자신의 손으로 직접 세상을 구축하고 세우겠다는 욕망 때문. ❓️주제? ❗️1. 인간의 욕망은 놀라운 것을 만들어내고, 그 욕망 때문에 그것을 파괴하기도 한다. (결국 자연 앞에 작은 존재일 뿐이다.) 2. 한 사람의 삶은 혼자 끝나지 않는다. 다음 세대에 전달되고 계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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