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문학을 좋아해서 세계문학전집에 수록된 책들을 자주 읽는 편입니다. 엄청난 독서광은 아니지만 지금껏 여러 책을 읽으면서 느낀 출판사별 세문집 특징에 대해서 간단하게 서술해볼까 합니다. 정말 주관적인 의견이니 참고만 해주세요. 어느 출판사 버전을 읽어야 할지 고민되는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해외 문학은 번역 바이 번역이 크기에 개인적으론 출판사보다는 역자와 번역 평가를 찾아보고 고르는 편입니다.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세문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대표적인 출판사죠. 솔직히 브랜딩 잘해서 뜬 거라는 나쁜 생각이 들지만 그럼에도 다양한 책(최근에 500권을 돌파했다고 들은 것 같습니다)이 출간되어 있고 딱히 큰 단점 없는 무난한 선택지라서 좋다고 생각합니다.
책의 판형이 길쭉하고 독특한데 들고 읽기에 편한 모양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진짜로 전철에서 들고 읽긴 가장 편한 느낌이 듭니다. 번역은 대부분 원문을 살린 직역 위주의 문체라 보시면 됩니다. 유명한 역자들이 번역한 책도 많습니다. 투메 필독서 문학은 대부분 다 출간되어 있으니 고민되면 그냥 민음사를 읽으면 됩니다. 간혹 있는 지뢰 똥번역서들(예: 파리대왕)만 피한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입니다.
■요약
—특징/장점: 직역 위주, 큰 단점 없는 육각형st, 책이 다양함
—단점: 가끔 정말 구린 번역서가 있음(드물다)
2.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개인적으론 문학동네 전집을 가장 좋아합니다. 원래는 책 표지를 벗길 수 있었는데 요즘은 그냥 일체형으로 나옵니다. 진작 이렇게 내지 그랬어..
민음사에 비하면 좀 딥하고 다크한 감성의 문학 작품과 비교적 최근인 근현대 작품이 많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루공 마카르 총서가 많이 번역되어 있으니 에밀 졸라를 읽으실 생각이라면 거쳐가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번역 스타일도 상대적으로 의역 위주라 술술 읽힙니다. 20세기 문학을 좋아하신다면 추천합니다.
—특징/장점: 의역 위주, 근현대 작품 多, 유럽 문학 多, 루공 마카르 총서 다수 번역
3. 을유문화사 을유세계문학전집
을유도 좋은 선택지라고 생각합니다. 책이 다 양장이고 표지를 벗기면 디자인이 깔끔해서 고급진 분위기가 납니다. 양장 치고 가격도 합리적인 편이라 괜찮습니다. 번역도 질이 좋은 편이라고 느꼈습니다. 초역 비중이 높은 편이라 마이너부심 힙스터들을 만족시키기 충분합니다. 진짜로 라인업을 보면 생소한 작품이 꽤 많은 편입니다. 특히 동아시아 문학 작품이 꽤 많습니다. 표지와 라인업 때문인지 개인적으로 클래시컬한 이미지의 출판사로 각인되었습니다. 유일한 단점이라면 각주가 전부 미주라는 것..
—특징/장점: 힙스터 라인업, 동아시아 고전 多, 양장본
—단점: 미주
4. 문학과지성사 대산세계문학총서
근-본을 추구하는 문지답게 문학성이 뛰어난 작품들이 많이 번역되어 있습니다. 또 전반적으로 번역의 질이 좋은 편입니다. 무엇보다 홍대병 을유를 뛰어넘는 미친 마이너부심을 자랑하는 라인업이 특징입니다. 정말 정말 라인업이 독특합니다. 그 대신 그만큼 절판된 책들도 많습니다. 탐나는 책이 있다? 바로 사십시오. 언제 절판될지 모릅니다. 단점은 판형과 표지 디자인이 쪼대로라는 겁니다. 제발 그만 바꿔.
—특징/장점: 찐 힙스터 라인업, 동서고금 막론하고 다양한 픽, 좋은 번역 질
—단점: 절판된 책이 많음, 판형과 디자인이 자주 바뀜
5. 문학과지성사 문지스펙트럼
가볍게 읽기 좋은 얇은 고전 작품 위주의 라인업이 특징입니다. 고전을 읽고 싶지만 미친 분량이 부담스럽다? 들고 다니면서 책을 읽고 싶다? 그러면 추천합니다. 맛도리 작가들만 모아두어서 좋습니다. 특히 뒤라스 소설이 많습니다. 다만 짧은 분량치고 평균 가격이 만 원이라 사기엔 좀 부담스럽더라고요. 비유하자면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느낌?
—특징/장점: 짧아서 가볍게 읽기 좋다, 휴대성 굿, 유명한 작가들, 뒤라스 소설 多
—단점: 분량치고 비쌈
6. 창비 창비세계문학
문지가 나왔으면 창비도 나와야죠. 라인업이 꽤 특이하고 창비답게 사회 고발, 참여적인 성격의 작품들도 꽤 수록되어 있습니다. 무슨 10년은 구른 중고책처럼 너덜너덜하게 생긴 책 표지가 특징입니다. 보다 보니 빈티지 감성 같아서 정들었습니다. 나름 좋아하는 시리즈인데 아무도 몰라서 슬픕니다. 인터넷에서 시키면 항상 1쇄 초판본이 오더라고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다 꼬질꼬질한 표지 디자인과 된소리 표기 때문일 겁니다. 얘들은 된소리 표기 고집하기로 유명한 열린책들보다 더 합니다. 일본 인명, 지명까지 된소리로 표기하는 모습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특징/장점: 사회비판/사회참여문학 多, 독특한 라인업
—단점: 호불호 갈릴 책 디자인, 열린책들도 한 수 배우고 갈 충격의 된소리 표기
7. 열린책들 세계문학전집
러시아 문학과 SF로 유명한 출판사죠. 장르문학계의 고전들이 상당히 많이 번역되어 있습니다. 그렇게까지 많이 읽어 본 출판사는 아니라 평가하기가 애매하지만 SF나 추리소설을 좋아한다면 강추합니다. 단점이라면 러시아 소설이 유명한 출판사인데 러시아 인명/지명을 죄다 된소리로 표기한다는 점과 줄 간격 때문에조금 구린 가독성 정도일까요.
—특징/장점: 러시아 문학 多, 고전 장르문학 多, 양장본, 순수재미goat 라인업
—단점: 된소리 표기, 가독성 떨어지는 디자인
8. 시공사 세계문학의 숲
저렴하다! 번역 괜찮다! 야호!
그러나 책 종류가 적고 절판 서적이 많은.
—특징/장점: 저렴하다, 번역 괜찮음
—단점: 절판된 책이 많음, 시리즈가 많지 않음
9. 펭귄북스 펭귄클래식 시리즈
감성을 자극하는 펭귄클래식 시리즈입니다. 페이퍼백이라 종이 질은 별로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합니다. 크게 특색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외국 근본 출판사라는 이미지와 마카롱 에디션, 레드 에디션 같은 예쁜 표지의 책들이 구매 욕구를 자극해서 모으게 됩니다. 정말 감성 하나는 끝내줍니다. 절판 서적이 많아 아쉽습니다.
—특징/장점: 페이퍼백, 저렴함, 소장욕을 자극하는 ○○에디션들
—단점: 특색이.. 있나?, 절판된 책이 많음
문예출판사, 동서문화사 등 다른 출판사의 세문집도 다뤄 보고 싶었으나 그쪽은 읽어보지 않아 모르겠어서 여기까지 씁니다. 개인적인 소감이라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