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킬 박사와 하이드(초판본)(1930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완독

독서 메모
여기까지는 의심할 나위 없이 내 판단이 옳았다. 내가 에드워드 하이드의 모습을 하고 있으면 누구든 처음에는 눈에 띄게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가까이 오지 않으려 했다. 우리가 만 나는 모든 인간은 선과 악이 뒤섞여 있지만 에드워드 하이드는 모든 인류 중 유일하게 순수한 악이기 때문일 것이다. 약은 선악을 구별하는 효능이 없었다. 그때 선은 잠들어 있었고 야망으로 깨어난 악이 재빨리 기회를 움켜쥐었으니, 그렇게 튀어나온 것이 바로 에드워드 하이드였다. 나는 내 상황이 주는 기이한 면책권으로 재미를 보기 시작했다. 여태껏 사람들은 청부업자를 고용해 범죄를 저지르면서 자신의 인격과 명예를 보호했다. 나는 쾌락을 위해 범죄를 저지른 최초의 사람이었다. 대중의 눈앞에서는 온화하고 점잖은 태도로 중후하게 거닐다가 한순간에 철없는 악동처럼 거추장스러운 겉치레를 벗어던지고 자유의 바다에 풍덩 뛰어들 수 있는 최초의 사람이었다. 생각해보라. 나는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내 실험실 안으로 피한 뒤 준비해둔 약을 1, 2초 동안 섞어서 마시기만 하면 그만이다. 무슨 짓을 저질렀든 에드워드 하이드는 거울 위 입김 자국처럼 순식간에 사라질 것이며, 하이드 대신 서재에 편안히 앉아 램프 심지를 다듬으며 혐의를 가볍게 비웃는 사람은 바로 헨리 지킬일 터였다. 그렇다, 헨리 지킬로 잠자리에 들어서 에드워드 하이드로 깨어난 것이다. 결국 나는 원래의 좀 더 선한 자아를 잃고 사악한 두 번째 자아와 서서히 통합되고 있었던 것이다. 지킬은 이제 나의 피난처였다. 하이드가 잠시라도 모습을 드러낸다면 모든 사람이 손을 뻗어 그를 붙잡아 죽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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