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습작
최적해 [2화]. (SF 소설 습작 연재)
·8. 2.·조회 85·댓글 1·좋아요 2
1부 정지 2화
추모공원의 개장 시각은 오전 아홉 시였다. 도윤은 아홉 시 사 분에 도착했다. 십이 년째 같은 시각이었다.
봉안당 3관, 4열, 위에서 두 번째 칸. 유리 안쪽에는 사진 한 장과 손목시계 하나가 놓여 있었다. 시계는 십이 년 전에 멈춘 채였다. 배터리를 갈면 다시 갈 시계였지만, 아무도 갈지 않았다.
사진 속의 형은 웃고 있었다. 회사 야유회에서 누가 찍어 준 것이라고 했다. 형은 그해 서른둘이었고, 지금도 서른둘이었다. 도윤은 지난겨울 마흔이 되었다. 어느 해부턴가 사진 속의 형이 동생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그게 몇 년째인지 도윤은 세지 않았다.
형에 대해 말해질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다정한 사람이었다. 성실한 사람이었다. 마지막 주까지 출근했고, 마지막 날 아침에도 어머니에게 반찬 잘 먹고 있다는 문자를 보냈다. 징후라고 부를 만한 것은 사후에 아무리 뒤져도 나오지 않았다. 유서도 없었다. 십이 년 전에도 없었고, 그 뒤로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래서 남은 것은 질문 하나였다. 도윤은 그 질문을 소리 내어 말해 본 적이 없었다. 말하는 순간, 대답이 없다는 사실만 확정되기 때문이었다.
도윤은 유리를 손수건으로 한 번 닦고, 아홉 시 십칠 분에 봉안당을 나왔다. 체류 십삼 분. 작년과 같았고, 재작년과도 같았다.
--------------------------------------------------------------------------------------------
복귀 신고를 마치고 자리에 앉기도 전에, 팀장이 서류철 하나를 책상 위로 밀어 놓았다.
"세운 쪽에서 넘어온 거야. 기계 파손 사건이야. 금방 끝나."
기물 사건이 왜 강력계로 오느냐고 도윤은 묻지 않았다. 서류 첫 장에 답이 있었다. 낙하 지점이 보행로였다. 새벽 네 시가 아니었다면 사람이 지나가고 있었을 자리였다. 인명 피해 가능성에 대한 형식적 검토 — 그 한 줄을 위해 배정된 사건이었다.
"제조사가 감식이고 뭐고 다 자기들이 하겠다더라. 우리는 서류만 맞추면 돼. 복귀 첫 주에 몸 푸는 셈 쳐."
팀장은 그렇게 말하고 자리로 돌아갔다. 도윤은 서류철을 열었다. 사고 개요 한 장, 제조사 협조 공문 한 장, 감식 일정 통지 한 장. 그리고 관제 영상에서 출력한 캡처 사진 여덟 장.
여덟 장 중 일곱 장은 걷고 있는 사진이었다.
한 장은 아니었다.
영상 원본은 오후에 열람 승인이 났다. 도윤은 배속을 걸지 않고 처음부터 재생했다.
네 시 십일 분. 그것은 펜스가 끝나는 지점에서 멈췄다.
네 시 십이 분. 화면 안에서 움직이는 것은 빗줄기뿐이었다.
네 시 십삼 분. 같았다.
도윤은 타임라인의 커서가 십사 분에 닿기 전에 정지 버튼을 눌렀다. 두 번째 재생에서도 같은 지점에서 눌렀다. 세 번째는 재생하지 않았다.
대신 그 한 장의 캡처 사진을 오래 들여다보았다. 항공장애등의 붉은 불빛 아래, 등을 보인 채 서 있는 실루엣. 낙하 삼 분 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 데도 가지 않고, 다만 서 있는 등.
도윤은 그 등을 본 적이 없었다. 볼 수 없었다. 십이 년 전 그 자리에 그는 없었으니까.
다만 십이 년 동안, 잠들기 전이면 가끔, 보지 못한 장면 하나를 머릿속으로 그려 보곤 했다. 그리는 것을 그만두는 데에 매번 실패했다.
그 장면 속의 등과 사진 속의 등은, 닮아 있었다.
도윤은 사진을 서류철에 도로 끼웠다. 끼우고, 다시 꺼냈다.
금방 끝날 사건이었다. 그래야 했다.
— 3화에서 계속
댓글 1
·8. 2.
3화 당장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