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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의 바보》 완독

·10.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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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메모

인류의 종말을 다룬 소설인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인류에게 남겨진 시간은 그다지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대신 그 시간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점점 선명해졌다. 소행성 충돌이 예고된 세계에서 인간은 달라지기도 하고, 원래 지니고 있던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두 가지가 동시에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공포와 혼란 속에서 누군가는 잔인해지고, 누군가는 여전히 타인을 사랑한다. 종말이 찾아온다고 인간이 갑자기 고결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 어리석음까지 포함해 인간이라는 존재가 남는다. 가장 오래 마음에 남은 인물 가운데 하나는 쓰치야다. 불치병을 앓는 아이를 둔 아버지. 부모가 먼저 죽으면 아이는 어떻게 살아갈까. 그 두려움을 안고 있던 그는 지구가 멸망한다는 소식에 오히려 안도한다. 아이를 혼자 남겨 두지 않고 함께 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아버지가 된 나는 그 마음이 이해되어 슬펐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와 함께 행복할 수도 있었다. 아이의 병이 낫는 것도 아니고 종말을 피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자신이 가장 두려워하던 일을 피할 수 있다는 사실에서 행복을 발견한다. 비극을 아름답게 꾸민 것이 아니라, 비극 한가운데서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진 것이다. 그런 마음을 품을 수 있는 아버지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일곱 번째 이야기 연극의 노에서 리리코가 주변 사람들과 가족을 이루어 살아가는 모습을 생각하는 장면도 좋았다. 끝이 정해진 세계에서 새롭게 가족을 상상한다는 것. 함께할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보다, 지금 누구와 함께 살아갈 것인지가 중요해지는 순간이었다. 가족이란 반드시 오래 지속될 미래를 보장받아야만 시작할 수 있는 관계는 아닐지도 모른다. 여덟 번째 이야기 심해의 저주에서는 슈이치가 아내와 함께 아파트를 올려다보는 장면이 남았다. 저녁, 각자의 베란다에 나와 있는 이웃들. 나는 그 사람들의 모습이 선명하게 보이는 듯했다. 그들은 서로의 사정을 모두 알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같은 건물에서 저마다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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