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오지 않는 곳에서》 완독

독서 메모
나와 교보문고 강남점에 도착했다. 오늘은 에세이나 지식서보다는 소설을 읽고 싶었다. 책이 아무리 두꺼워도 상관없었다. 한 권의 이야기에 깊이 빠져 서점에서 오랫동안 읽고 싶었다. 무작정 소설 코너를 찾아 나섰다. 서점이 워낙 넓어서 들어온 입구에서 소설 코너까지 한참을 걸어야 했다. 그렇게 도착한 곳에서 책의 앞표지와 뒷표지만 훑어보고, 유독 마음이 끌리는 책 한 권을 골랐다. 천선란 작가의 《아무도 오지 않는 곳에서》. 사실 처음에는 퀴어 작품으로 유명한 최진영 작가의 책이나 《재와 물거품》처럼 이미 잘 알려진 작품들을 읽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 손에 든 책은 전혀 다른 작품이었다. 별도의 정보를 찾아보지도 않고, 줄거리도 알아보지 않은 채 그대로 읽기 시작했다. 오늘은 약도 먹지 않은 날이었다. 책은 두꺼웠고, 교보문고의 커다란 테이블은 편하지 않았다. 주변에는 사람도 많고 소음도 있었다. 이런 환경에서 몇 시간 동안 책을 읽는 건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오늘 안에 이 책을 다 읽는 건 불가능할 거라고 확신했었는데... 그런데 결국 한자리에서 몇 시간 동안 책 한 권을 전부 읽어 냈다. 처음에는 다 읽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던 책을, 예상과 달리 끝까지 읽었다. 천선란 작가의 《아무도 오지 않는 곳에서》를 다 읽었다. 처음에는 두꺼운 장편소설인 줄 알았지만, 책은 총 세 개의 부로 나뉜 소설집에 가까웠다. 세 이야기 모두 좀비 아포칼립스를 배경으로 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3부는 여성 간의 사랑을 다루고 있어 감동적이면서도 재미있게 읽었다. 특히 결혼한 두 여성 주인공 중 한 명이 했던 말이 기억에 남았다. “나라에서 우리 결혼을 못하게 막는 개지랄 떨던 때가 있었다.” 그 표현이 정말 웃겼다. 작품 속 지구에서는 동성 간의 결혼이 법제화되어 있었고, 두 사람은 그곳에서 결혼해 부부가 되었다. 그 장면을 보면서 나도 생각했다. 내가 결혼할 시기쯤에는 우리에게도 그런 미래가 와 있을까.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결혼할 자격을 설명하거나 허락받을 필요가 없는 세상.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당연하게 부부가 될 수 있는 세상. 그런 미래가 내게도 있었으면 좋겠다.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인간이 사랑에 얼마나 취약한 존재인지 다시 한번 느꼈다. 아니, 어쩌면 인간 전체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내가 그렇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랑이라는 단어를 보거나 그 주제를 마주하면 여전히 그 아이가 떠오른다. 아직은 그렇다. 좀비 이야기 속 사랑이 이렇게까지 내게 가까이 다가올 줄은 몰랐다. 하고 싶은 말은 많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많은 생각을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시간이 지난 뒤에 다시 읽어도 지금과 비슷한 감정을 느낄 것 같은, 깊고 심오한 책이었다. 읽는 동안에는 무척 쓸쓸했지만, 동시에 위로받는 기분도 들었다. 그리고 사랑이란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다시 묻게 되었다.
이 책이 궁금하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