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습작
<그림자의 독백>
·10. 5.·조회 65·댓글 1·좋아요 1
나는 당신의 그림자다. 나는 보통 이렇게 불쑥 말을 걸어오지 않지만, 지금만큼은 나의 충고를 들어줬으면 한다. 사람들은 보통 어두운 골목에 들어가거나 당신을 비춰주는 광원이 없다면 내가 죽는다고들 생각하는 것 같던데, 그것은 대단한 착오이다. 나는 결코 죽지 않는다. 나는 절대로 당신의 마음속을 떠나지 않는다. 사람은 때때로 남들 눈에 띄지 않는 어둡고 축축한 곳에 남겨지고는 한다. 본인이 자처하여 그리 되든 그렇지 않든 필경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그러한 순간은 거부할 수 없이 찾아온다. 그런 순간에 나는 조용히 자취를 감춘다. 하지만 당신이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이 세상에서까지 그 존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한 사실은 공연히 알고 있으면서, 왜 나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혹시 지금 내가 애써 외면하고 싶은 존재인 것은 아닌가?
나는 당신을 엄폐하고 있는 그 튼튼한 담벼락의 그림자 속에 파묻힌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것은 결코 내가 사라진 것이 아니다. 다만 어둠 속에 섞여 눈에만 보이지 않는 것일 뿐,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 아직도 내가 당신에게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면 내 얘기를 더 들어보라. 나는 당신의 가슴 속에 산다. 앞서 말했듯 사람은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반드시 겪는 몇몇 이야기들이 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고백하는 수줍은 마음, 싫어하는 사람에게 남모르게 겨누는 경멸의 마음, 보이지 않는 앞이 두려워 자꾸만 뒷걸음질 치고 싶어지는 그런 마음들. 나는 항상 그 가장 깊은 곳에서 당신의 가슴 속에 상주한다. 나는 당신의 마지막 인간성. 담벼락 뒤에 비친 모습이 얼굴과 가슴이 있는 인간의 형체가 아닌 두텁고 차가운 벽이라 해서 당신은 눈을 감아버려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