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의 숲》 완독

독서 메모
- 그런데도 기억은 어김없이 멀어져 가고, 벌써 나는 많은 것을 잊어버렸다. 이렇게 기억을 더듬으며 문장을 쓰다 보면 때때로 격한 불안에 빠지고 만다. 불현듯, 혹시 내가 가장 중요한 기억의 한 부분을 잊어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 이 들기도 한다. 내 몸속 어딘가에 기억의 변경이라 할 만한 어두운 장소가 있어 소중한 기억이 모두 거기에 쌓여 부드 러운 진흙으로 바뀌어 버린 게 아닐까 하는. 그러나 누가 뭐라고 해도 그것이 지금 내가 손에 쥘 수 있 는 모든 것이다. 이미 희미해져 버린, 그리고 지금도 희미해 져 가는 불완전한 기억들을 꼬옥 가슴에 품은 채 뼈라도 씹 는 기분으로 나는 이 글을 쓴다. 나오코와 나눈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 방법밖에 없다. 아주 오래전, 내가 아직 젊고 그 기억이 더욱 선명했을 때, 나는 몇 번이나 나오코에 대해 글을 쓰려 했다. 그렇지 만 그때는 한 줄도 쓸 수 없었다. 처음 한 줄이라도 나와만 준다면 그다음에는 물 흐르듯 쓰게 되리라는 것을 잘 알았지만, 그 한 줄이 아무리 애써도 나오지 않았다. 모든 것이 너무도 선명해서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면 좋을지 알 수 없었다. 지나치게 자세한 지도가 자세함이 지나치다는 그 이유 때문에 때로 아무 역할도 못하는 것과도 같다. 그러 나 지금은 안다. 결국 글이라는 불완전한 그릇에 담을 수 있 는 것은 불완전한 기억이나 불완전한 생각뿐이다. 그리고 나 오코에 대한 기억이 내 속에서 희미해질수록 나는 더 깊이 그녀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녀가 왜 나에게 "나를 잊 지 마"라고 말했는지, 지금은 그 이유를 안다. 물론 나오코 는 알았다. 내 속에서 그녀에 대한 기억이 언젠가는 희미해져 가리라는 것을. 그랬기에 그녀는 나에게 호소해야만 했다. "언제까지고 나를 잊지 마. 내가 여기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 줘." 하고. 그런 생각을 하면 나는 견딜 수 없이 슬프다. 왜냐하면, 나오코는 나를 사랑하지조차 않았던 것이다. - "응, 뭐 여자애랑 자는 게 나쁘단 소리가 아니야. 자기가 좋다면 그러면 되지. 그건 자기 인생이니까, 스스로 정하면 돼. 다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부자연스럽게 스스로를 갉아먹어서는 안 된다는 거야, 알겠니? 그러는 건 너무 아까워. 열아홉 스물은 인격이 성숙하는 데 아주 중요한 시기이고 그런 시기에 잘못해서 뒤틀려 버리면 나이가 든 뒤 고생 해. 진짜야, 이건. 그러니까 잘 생각해야 해. 나오코를 소중 히 여긴다면 자기 스스로도 소중히 여겨야 해." - "그건 노력이 아니라 그냥 노동이야." 나가사와는 간단히 정리해 버렸다. "내가 말하는 노력은 그런 게 아냐. 노력이란 건 보다 주체적으로 목적 의식을 가지고 행하는 거야." - "인생이란 비스킷 깡통이라 생각하면 돼. 나는 몇 번 고개를 젓고 미도리 얼굴을 보았다. "내 머리 가 나쁘기 때문일 테지만, 때로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안 갈 때가 있어." "비스킷 깡통에는 여러 종류 비스킷이 있는데 좋아하는 것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이 있잖아? 그래서 먼저 좋아하는 것을 먹어 치우면 나중에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만 남 는 거야. 나는 괴로운 일이 있으면 늘 그런 생각을 해. 지금 이걸 해 두면 나중에는 편해진다고. 인생은 비스킷 깡통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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