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 - 개정판》 완독

독서 메모
📌삶에서 발생하는 에피소드들에 대해서 사람들은 씹을 줄만 알았지 즐기는 법은 전혀 배우지 못한 것이었다. 에피소드란 맹랑한 것이 아니라 명랑한 것임에도. p.11 📌우리들은 남이 행복하지 않은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자기 자신이 행복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언제나 납득할 수 없어한다. p.21 📌가난한 삶이란 말하자면 우리들 생활에 절박한 포즈 외엔 어떤 것도 허락하지 않는 삶이었다. p.28 📌내 어머니는 날마다 쓰러지고 날마다 새로 태어난다. p.64 📌어쩌면 돈보다 더 아껴야 할 것은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내뱉는 말들이었다. p.75 📌김장우와 만나면 나는 이렇게 선명해진다. 그는 희미한 것들을 사랑하고 나는 가끔 그것들을 못 견뎌한다. p.104 📌'언제나 최고의 셔터 찬스는 한 번뿐, 두 번 다시는 오지 않는다. 좋다고 느껴지면 망설이지 말고 무조건 셔터를 누르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훌륭한 순간 포착, 그곳에 사진의 진가가 존재한다.' p.106 📌사람들은 작은 상처는 오래 간직하고 큰 은혜는 얼른 망각해버린다. 상처는 꼭 받아야 할 빚이라고 생각하고 은혜는 꼭 돌려주지 않아도 될 빚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생의 장부 책 계산을 그렇게 한다. p.127 📌소소한 불행과 대항하여 싸우는 일보다 거대한 불행 앞에서 무릎을 꿇는 일이 훨씬 견디기 쉽다는 것을 어머니는 이미 체득하고 있었다. p.152 📌과장법까지 동원해서 강조하고 또 강조해야 하는 것이 기껏해야 불행뿐인 삶이라면 그것을 비난할 자격을 가진 사람은 없다. 몸서리를 칠 수는 있지만. p.153 📌인생이란 때때로 우리로 하여금 기꺼이 악을 선택하게 만들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 모순과 손잡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주리는 정말 조금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p.173 📌나의 불행에 위로가 되는 것은 타인의 불행뿐이다. p.188 📌세상의 모든 잊을 수 없는 것들은 언제나 뒤에 남겨져 있었다. p.191 📌"이름도 불러주지 않은 사랑은 사랑이 아냐." p.193 📌사랑이란 그러므로 붉은 신호등이다. 켜지기만 하면 무조건 멈춰야 하는, 위험을 예고하면서 동시에 안전도 예고하는 붉은 신호등이 바로 사랑이다. p.210 📌이모 같은 사람이 뿌리 내리며 살기론 이 세상이 너무 얇았던 것이다. p.288 📌이모는 자신의 죽음으로 자식들의 삶이 완벽하게 지리멸렬해지는 것을 막아냈다. 주리와 주혁은 평생 자기 어머니의 죽음을 반추하며 살아갈 것이었다. p.292 📎서평 •이 책이 세상에 나온 것은 1,998년이다. 음주 후 한 시간 뒤 운전을 하거나, 스마트폰이 아닌 집 전화를 쓰는 배경, 혹은 20대 중후반이 결혼 적령기라는 설정을 낯설어할 세대도 있을 것이다. 게다가 '사랑'을 주제로 한 대사들은 그 세대를 어느 정도 가늠해볼 수 있는 나이인 나에게조차 조금 어렵게 다가왔다. 내용을 이해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너무나도 감성적이어서 현실적으로 상상하며 읽기엔 벅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또한 시대상이 반영된 결과일 터이므로, 이 책을 처음 읽는 독자라면 발간 연도를 미리 염두에 두고 읽는 것을 권한다. (물론 누군가의 서평을 읽지 않은 채 책을 펼치는 것을 더욱 적극 추천한다.) •제목을 참 잘 지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중적인 표현과 설정이 줄을 잇는다. 쌍둥이인 엄마와 이모, 배려심 넘치는 주인공의 그러지 못하는 이면, 두 남자 사이에서의 방황, 중립적인 인물인 안진진을 제외하고는 크게 두 가지 부류로 갈리는 주변 인물들, 심지어 아버지가 입원한 병원에서 만난 보호자가 건넨 위로인지 경고인지 분간할 수 없는 말에 이르기까지. 그렇게 혼란 속에서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건 바로 이거구나'라며 나름의 결론을 내렸다. 마지막 두 쪽을 읽기 전까진 말이다. 가장 밑에 있는 글자까지 읽고 난 후, '정말 알 수 없네'라고 생각했다. 어떤 것이든 쉽게 재단해서는 안 된다는 사고를 확장시키는 효과적인 교훈이었다. 애초에 나영규를 선택하느냐 김장우를 선택하느냐는 중요하지 않았다. 안진진의 미래가 엄마를 닮을지 이모를 닮을지도 마찬가지로 중요하지 않았다. 그보다 더 큰 것을 품고 있는 작품이다. '인생은 어떤 것들을 품고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대답'과, '행복을 무엇이라 정의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동시에 남긴다. •밑줄 그은 문장들이 참 많다. 이 대단한 필력에 더해, 독자가 느끼는 이 찝찝함마저 작가의 의도이겠거니 생각하면 짙은 여운과 곱씹게 되는 질문 속에서 작가의 능력치가 새삼 더 대단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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