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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

이방인의 뫼르소는 정말 냉혈한 이었을까요

·10. 2.·조회 80·댓글 1·좋아요 1
카뮈의 이방인을 다시 읽었습니다. 아마 전세계 소설 중 가장 유명한 첫문장 중 하나죠. "오늘 엄마가 죽었다. 어쩌면 어제." 처음 이방인을 읽었을 때는 뫼르소가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어머니 장례식에서 울지 않고, 다음 날 해수욕을 하고, 살인 후에도 무덤덤한 남자. 괴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번에 읽으며 눈에 들어온 건 다른 것이었습니다. 뫼르소는 감정이 없는 게 아니라, 느끼지 않은 감정을 느낀 척 연기하지 않는 다는 것을요. 그는 햇빛에, 바다에, 마리의 웃음에 분명히 반응합니다. 다만 사회가 요구하는 시점에 요구하는 만큼 슬퍼하는 법을 거부할 뿐이죠. 그리고 재판정은 그의 살인이 아니라 사실상 "장례식에서 울지 않은 죄"를 심판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지점에서 가장 많은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우리는 감정을 느끼는 사람보다 감정을 제때 전시하는 사람을 더 신뢰한다는 것. 장례식장에서 슬픔보다 피로가 먼저 왔던 경험, 축하 자리에서 기쁨이 도무지 올라오지 않았던 경험. 다들 한 번쯤 있지 않습니까. 그때 우리가 지은 표정은 감정이었을까요, 연기였을까요.

댓글 1

  • ·10. 2.

    동감합니다. 뫼르소는 냉혈한이나 사이코패스라기보다는 그저 아주 정직할 뿐이었던 인물이라고 봅니다. 작중 인물들이 뫼르소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는 이유는 그가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에 맞춰 행동하기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사회의 규칙에 따라 거짓되게 행동하지 않겠다는 극단적인 정직성에서 비롯된 것이고요. 카뮈 본인도 뫼르소는 거짓말하는 것을 거부하는 인물이라고 말했듯이요. 예전에 봤던 것 중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가설이 있는데, 뫼르소가 남들과 다르게 느끼고 다른 행동을 하는 것은 자폐스펙트럼이기 때문 아니냐는 주장이었습니다. 물론 이는 카뮈가 의도한 바가 전혀 아닐 테고 이방인의 스토리가 상징하는 부조리 철학을 고려하지 않은 오독에 가까운 해석이지만 독창적인 발상이었기에 꽤나 흥미로운 관점이었습니다. 작중 뫼르소의 감정 표현 방식이 일반적인 사람들과 다르고 감각에 극도로 민감한 인물로 묘사된다는 점, 그리고 뫼르소의 모티프가 된 카뮈의 친구가 현대적 관점으로 봤을 때 아스퍼거 증후군에 해당하는 사람이었다는 점을 보면 나름 일리가 있는 해석인 것 같기도 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