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수족관 여운이 너무 길어 남기는 문장들,,✍🏻🫧
·9. 28.·조회 72·댓글 5·좋아요 0
어제 아침에 펴서 저녁에 끝마친 수족관,,😭
너무 마음에 사무쳐서 이렇게 남겨보고자 합니다:)
공감가는 문장, 또 다른 문장, 이 작품이랑 비슷한
작품 추천등등 마음껏 부탁드려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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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우리에게 평생 사용할 수 있는 말의 수가
정해져 있다면, 꼭 물이 솟아나는 우물처럼 말이야.
나는 나에게 주어진 양을
모두 언니에게 부어 버린 모양이었어.
어느새 마른 바닥이 보이는 줄도 모르고.
그러니 항상 말을 하려 하면 목이 갈라진 듯이
말이 잘 안 나왔어.
나 또한 저울의 한가운데에서 벗어나 카노코를 향해
걸어가기로. 그로 인해 균형이 무너지고, 함께
위태로운 입장이 될지라도
직접 손을 내밀고 싶었다.
그러나 우리는 한여름 피부가 닿았다 떨어질
때처럼,
안녕이라고 말한 뒤에도 아스팔트에 붙어 있는
발을 쉽게 떼지 못했다
나는 식당까지 가는 짧은 거리 동안 흘러넘친
애정을 주워 먹으며 배가 부를 지경이었다.
마치 몰래 숨겨 둔 사탕이라도 핥는 듯 마음 한켠이
달큰하고 간지러웠다.
내가 얼마나 좋았으면 사랑도 조금씩 나눠서 줘야 하는데, 한번에 전부 줘 버리고는 속이 텅 비어 버렸는지 얼마 안 가 병에 걸려 죽긴 했지만.
나는 하얀 꽃같이 피어난 아카리의 얼굴이
시들어 가는 것을 떠올려 봤지만,
만개한 꽃은 조금의 빈틈도 없이 아름다워
이런 상상은 쉬이 스며들 수 없는 법이었다.
오랜시간 방치되어 있었음에도 과거의 즐거웠건
기억을 더듬어가며 빠르게 제 기능을 찾아가는 듯했다.
그러나 손을 흔들며 떠나가는 아카리의 눈은 부끄러운 듯 웃고 있었음에도 입꼬리의 양끝은 여전히 무거운 슬픔의 무게추가 매달려, 바닥을 향해 완만한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그냥. 너라면 왠지 먼바다까지 헤엄칠 것 같아서. 고래상어를 풀어줄 때 말이야.
아주 멀리까지 따라가 버릴 것 같거든."
"그럼 안 돼?"
"응. 나, 오코노미야키 만들 줄 몰라."
"내가 한 게 맛있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러니까 떠나보내는 것도 내가 할게."
질긴 청바지조차 쉼 없이 적시고, 말리고를 하다 보면 결국 그 색이 바래고 마는데 마음이라고 별 수는 없지 않나.
언제나 나의 마음 한편에는 모르는 이들에 대한
그리움과 기억이 태어나면서부터 얻게 된
상흔처럼 존재했다.
"그래요. 저에겐 류이치 군도 그렇게 보여요. 표정은 꼭 궂은비를 맞는 사람 같은데, 그 눈만큼은 화창한 날씨 아래 있는 듯 참 맑아요"
힘든 기색이 라고는 조금도 하지 않고 그저 맑은 햇빛에 말린 수건으로 묵묵히 나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 나는 덕분에 겨울의 문턱 에서 간신히 얼어붙지 않을 수 있었다.
여태 열리지 않았던 이 무거운 문이 이제야 열리는 것을 보니, 아카리와 나의 슬픔은 오늘에야 그 부피와 무게가 비슷해진 모양이었다.
사람도 사람을 고치는 데에 따로 부품이 있질 않고 고장 난 마음을 고치기 위해서는 꼭 서로가 만나서 서로를 위해 기꺼이 제 몸을 뜯어내고,
기워 주고, 붙여 주고. 그래야만 하니까.
그렇게 기어코 하나의 마음이 되는게 우산과
꼭 닮았다고.
말 그대로 우산은 그저 일회용이라는 인식이 점차
자리를 잡은 거지. 마치 사람도 너무 흔해져서,
서로 서로 쉽게 이용하고 버리는 것 처럼.
나는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언니가 죽음마저 실수를 할까 두려워했다는 걸 곧장 눈치챌 수 있었어.
'죽음마저 실수를 할까 두려운 삶.
이 세상에 그런 게 있는지조차 몰랐는데.
언니는 그렇게 떠나가면서까지 나를 부끄럽게 했어.
아아, 그럼에도 류이치. 네가 먼저 나서서
오키나와로 가자고 그랬을 때엔
나는 속으로 너무 기뻤어.
이제 됐다, 살았다, 되뇌면서…
과거의 나는 도대체 그녀에게 얼마나 잔인한 약속을 건넨 것일까. 그녀가 나의 숨을 훔쳐서라도 살 수 있었더라면, 나는 기꺼이 내어 줄 수 있었는데.
‘아카리. 위험하니까, 꼭 잡아’. 하고 뺨을 스쳐가는 바람 안에서 나는 지난 우리의 여름을 떠올렸다.
아카리는 오래도록 그것만을 기다 렸다는 듯 아주
힘차게 헤엄을 치기 시작했다. 우아하게 흔들리는 검은 머리카락이 마치 고래상어의 지느러미를
떠올리게 할 만큼 자유로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