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를 기다리며》 완독

독서 메모
📎서평 •단 한 줄의 밑줄도 긋지 못했다. 보통은 기억하고 싶은 문장이나 뛰어난 언변을 가진 대사에 밑줄을 긋기 마련이지만, 이 소설은 그럴 수 없었다. 이 작품 속의 '말'은 다른 책들과는 결이 달랐기 때문이다. 정보를 전달하거나 서사를 이끌어가는 도구가 아니라, 우리가 아직 존재한다는 것을 서로에게 확인시켜 주기 위한 처절한 발버둥처럼 보였다. 결국 이 부조리한 연극의 의미를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등장하는 모든 상징들을 세심히 짚어볼 수밖에 없었다. -모자와 신발: 우리를 짓누르고 괴롭히면서도 벗어던질 수 없는 삶의 조건. -포조의 실명: 세상을 호령할 때는 타인의 고통을 보지 못하다가, 눈이 멀고 나서야 비로소 진실을 깨닫는 인간의 비참함. (하지만 정작 눈을 뜨고 있는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곤은 여전히 헛소리만 늘어놓으니, 진정으로 눈이 먼 자는 누구인가.) -포조와 럭키의 공생: 하루아침에 장님과 벙어리가 되어 서로에게 묶인 채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인간 군상의 슬픈 초상. -소년의 등장: 인간을 가장 처참하게 만드는 것은 절망이 아니라, 역설적으로 '내일은 다를 것이라는 희망'이라는 잔인한 진실. 수많은 헛소리와 대사 속에서 뇌리에 박히는 문장은 단 하나뿐이다. "고도를 기다려야지." 인생이란 본질적으로 부조리하다. 하지만 인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언가를 끝없이 기다리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다. 그리고 "내일은 뭔가 다를 거야"라는 그 희망이야말로 우리를 이 황량한 무대에 붙잡아두는 가장 질긴 족쇄인지 모른다. 시간이 흘러 나이가 든 뒤 이 책을 다시 펼친다면, 그때는 또 어떤 감상평을 적게 될까. 깊은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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