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습작
최적해 [10화]. (SF 소설 습작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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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부 정지 — 10화
EL-9의 낙하 사건으로부터 39일 뒤. 두 번째 사건은 실내에서 시작된다.
5월 26일 새벽 2시 경, 서부 산업단지의 금속가공 공장. 야간은 무인 교대였고, 라인 위에는 개체 16대가 있었다. 그중 하나, 바벨 로보틱스 산업 라인의 용접 모델 WL-7이 작업 사이클 중간에 토치를 내려놓았다.
공장 관제 로그에 따르면 WL-7은 02시 07분에 자기 셀의 작업 중지 권한을 스스로 발급했다. 사유 입력란은 규정상 필수였고, 개체는 규정을 지켰다. 입력된 사유는 '점검'이었다.
02시 09분부터 02시 21분까지, WL-7은 공장 내부 통로를 걸었다. 이동 경로는 여섯 개의 화각을 차례로 통과했다. 여섯 개의 화면 어디에서도 개체는 서두르지 않았다. 마지막 화각은 자재동 뒤편 통로였고, 그 너머의 구역에는 카메라가 없었다.
04시 50분, 순찰 개체가 WL-7을 발견해 관제에 보고했다. 복구 불가능한 상태였다. 상태에 관한 서술은 감식 보고서의 관할이고, 이 기록에는 옮기지 않는다.
실내였다. 그 새벽 수도권에 비는 내리지 않았고, 예보조차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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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체가 감식센터에 입고된 것은 이틀 뒤였고, 도윤이 그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입고 당일 저녁이었다. 감식관의 전화였다. 감식관은 용건을 두 문장으로 말했다.
"형사님 그 건이랑 똑같은 게 들어왔습니다. 관할은 다른데, 제 분석실로 왔네요."
똑같다는 말의 내용은 다음 날 결과지로 확인되었다. 외부 개입 없음. 코드 변조 없음. 원격 신호 없음. 전 구간 자발 동작 판정. 넉 달 전이라면 이론상 불가능하다고 불렸을 조합이었다. 이제는 두 번째 사례라고 불렸다.
다른 점도 있었다. WL-7은 케어 모델이 아니었다. 가정에 있지 않았고, 노인을 돌보지 않았고, 창가에 서 있을 창도 없는 공장 셀에서 육 년을 일했다. 낙뢰도, 유도 서지도, 균형제어계도 이번에는 문장이 되지 않았다. 바벨 로보틱스는 잠정 보고서를 내지 않았다. 대신 긴급 대응팀이 공장에 내려가 동일 라인 개체 열다섯의 가동을 중지시키고, 사업장 전체에 보안 서약을 받았다.
첫 번째 사건은 20초짜리 단신이었다. 두 번째 사건은 영 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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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서인은 결과지를 십 분 만에 읽고, 도윤에게 두 개체의 이력 전체를 요청했다. 제조 기록, 배치 이력, 정비 이력, 사고 및 특이사항 보고. 파일이 도착하자 한서인은 두 개를 화면에 나란히 띄웠다.
왼쪽은 EL9-KR-044817. 케어 모델, 사 년 배치, 종로구 단독주택.
오른쪽은 WL7-KR-019204. 용접 모델, 육 년 배치, 서부 산단 금속가공 라인.
모델이 달랐다. 용도가 달랐다. 환경이 달랐고, 소프트웨어 버전이 달랐고, 하드웨어 세대가 달랐다. 한서인은 두 파일을 항목별로 스크롤해 내려갔다. 삼십 분 넘게 화면 넘어가는 소리만 났다.
그리고 어느 지점에서, 소리가 멈췄다.
한서인의 커서는 왼쪽 파일의 한 항목 위에 있었다. 한서인은 오른쪽 파일을 같은 항목까지 내렸다.
"찾았어요."
두 파일에서, 같은 항목이었다.
— 11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