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족관》 완독

독서 메모
📌그녀의 말대로 삶은 어쩌면 평생 무언가를 잃어버리고, 훔치고, 찾아내는 과정의 연속일지도 모른다. p.11 📌눈물과 땀의 공통점은, 단순히 짠 것뿐 아니라, 우리가 쉽게 숨길 수 없다는 것에도 있었다. p.136 -> 무언가를 치유하는 것들은 모두 소금물이다. 땀, 눈물, 바다와 같이. 카렌 블릭센 p.5 📌그도 그럴 것이 다들 왜 이렇게 빨리 흘러 버린 거냐며 원망만하지, 그 누구도 쉬지 않고 뛰어왔음에 고맙다 말해주지 않았으니까. p.244 📌우리는 늘 그러했듯 만나자마자 너스레 같은 농담을 주고 받으며 서로 마음의 무게를 가늠하고, 균형을 다시금 맞춰보았다. 내 등에는 쓰러진 채 일어나지 못한 시간이 들러붙어 있었으니 꽤 무거울 법도 했는데, 다이스케는 여전히 조금의 어려워하는 기색도 없이 능숙했다. p.246 📎서평 •처음에는 문체가 다소 감성적인 것이 아닌가 싶었지만, 중고등학생 시절의 주인공 시점에서 생각해보면 오히려 그 나이에 어울리는 말투인 것 같다. 작품의 분위기는 불안하고 위태로운데, 그 안을 채우는 문장에는 감성이 가득하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수족관을 가지고 있다. 처음에는 인간은 혼자서 유리벽을 깨뜨릴 수 없으며, 결국 다른 사람이 서로의 구원이 되어준다는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이 소설은 그렇게 평면적인 메시지에 머물지 않는다. 등장인물들은 서로의 상처 때문에 만나고 서로에게 의지한다. 서로가 구원이면서 동시에 또 다른 수족관이 된다. 서로를 애정 어린 존재로 만들어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서로의 상처를 계속 확인하게 만들기도 한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완벽한 구원이 될 수 없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관계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함께 이야기한다. 타츠키는 자신의 수족관에서 바깥으로 도움을 요청한다. 하지만 직접 나가는 것이 아니라 우체통을 통해서다. 마치 “나는 여기 있다. 나를 알아봐 달라”고 호소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반면 아카리는 마지막에 다른 방식으로 편지를 전달한다. 이것은 단순히 ‘수족관 탈출’과 같은 결말이라기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유리벽이 존재하더라도 그 너머로 마음을 전달하는 방법을 찾아갈 수 있다는 의미에 가깝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 소설에서 주인공은 결국 초원이 아니라 바다를 향한다. 나는 이것을 ‘탈출’이 아니라 ‘확장’을 선택한 것으로 이해했다.(게다가 물고기가 초원으로 가게 된다면, 오히려 더 살아가기 어렵지 않을까.) 지금까지 살아온 세계를 완전히 버리고 전혀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상처와 기억을 그대로 품은 채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는 것이다. 상처가 있다고 해서 그 상처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져야만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앞으로도 각자의 수족관을 가지고 살아갈 것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 다른 사람을 만나고, 서로에게 손을 내밀며, 조금씩 그 경계를 넘어가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어쩌면 이 소설이 말하고 싶은 것은 수족관을 깨뜨리는 방법이 아니라, 수족관을 가진 채 살아가는 방법인지도 모르겠다. ❓️왜 일본을 배경으로 했을까? ❗️1) 일본 배경의 청춘물 특유의 정서(뜨겁고 눅눅한 여름 공기, 자전거, 한적한 골목길)는 소설 속 인물들이 겪는 상실감과 아픔을 고스란히 담아내기에 알맞기도 하고, 2) 고립된 심경을 나타내기에 '섬나라'가 안성맞춤이지 않았을까. ❓️자주 나오는 키워드들의 의미? ❗️1) 여름: 성장과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면서, 모든 것이 빠르게 소모되는 계절이다. 인물들의 관계도 여름처럼 뜨겁고 강렬하지만 오래 지속되기 어려워 보인다. (반대로 첫눈이 올 때마다 함께하는 류이치, 다이스케, 카노코의 관계는 지속됨.) 2) 물: 생명을 유지하지만 동시에 빠져나오기 어려운 환경이기도 하다. 3) 파랑: 평온함을 연상시키면서도 깊이와 차가움, 우울을 함께 가지고 있다. 4) 초원: 수족관과 대비되는 이미지다. 5) 수족관: 물고기는 수족관 밖의 세계를 볼 수는 있지만 유리벽 때문에 그곳으로 갈 수는 없다. 그런데 동시에 수족관 안에는 다른 물고기가 있고, 서로를 바라보고 함께 살아갈 수도 있다. 상처와 사회적 시선 때문에 완전히 자유롭게 살아갈 수 없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닫힌 세계이면서, 동시에 그 안에서 서로를 만나고 관계를 배우며 언젠가 다른 방식으로 세상과 연결될 가능성을 품은 공간이지 않을까. ❓️수족관에 빗대어 표현한 것들이 몇 가지 있다. 어떤 의미가 있을까? ❗️1) 학교: 보육 시설에 산다는 사실이나 남들과 다른 가정환경을 숨겨야만 하고, 타인의 시선이라는 투명한 유리벽 속에서 숨이 막히듯 적응해야 하는 사회적 감옥. 2) 우체통: 자신의 상처와 마음을 직접 들고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이들이, 편지라는 형태로 자신의 내면을 바깥에 내보내는 작은 출구. (사람은 못 나가고 편지는 나갈 수 있는 크기인 데에 더해서 타츠키가 자신의 세계에서 바깥 사람에게 말을 보내기는 했지만, 자신이 직접 바깥으로 나간 것은 아니었다는 점을 보면 수족관이라고 볼 수 있겠다.) 3) 아카리, 타츠키, 미카의 집: 보육 시설이나 상처 입은 이들이 모여 가정을 이루려 했으나, 결국 완벽한 세상으로 나가지 못한 채 과거의 아픔과 결핍이라는 커다란 수조 속에 갇혀 서로의 숨을 갉아먹거나 의존하던 비좁은 공간. ❓️아카리의 마지막 편지는 우체통이 아닌, 집에서 전달이 된다. 의미는? ❗️둘 다 수족관에 비유되는 것들이다. 수족관의 반대가 무조건 ‘바깥으로의 탈출’인 게 아니라, 수족관 안에서도 서로를 바라보고, 말을 건네고, 관계를 맺는 방식이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 특히 타츠키의 우체통과 아카리의 마지막 편지를 일부러 대비시킨 것이라면, 이 차이는 '간접적인 호소 → 직접적인 관계'의 변화로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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