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완독

독서 메모
📌하지만 그러는 가운데 날이 갔고, 그는 그 시간을 모았다. p.101 📌시몽이 그녀에게 가져다준 것은 완벽한 어떤 것, 적어도 어떤 것의 완벽한 절반이었다. p.106 📌차가운 공기가 얼굴과 목에 너무도 생경하게 와 닿자 다시 창문을 닫고는 마치 추위를 '바라보려는' 것처럼 유리창에 몸을 기댔다. p.149 📌재떨이가 깨져 그를 이 무기력으로부터 끌어내 주었으면 좋았을 것을. 사방으로 유리 조각이 튀었으면 좋았을 것을. 하지만 재떨이는 깨지지 않았다. 이런 경우, 깨진 유리 조각들이 반짝이는 것은 소설 속에서나 영화 속에서의 일일 뿐이었다. p.151 📎서평 •읽기 시작한 초반엔 단순한 치정극인 줄로만 알았다. 멜로드라마의 시초쯤 되기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에 포함되어 있나 보다 생각했다. 하지만 이 소설은 '권태롭고 낡은 타성'과 '뜨겁고 순수한 열정'이라는 삶의 방식, 즉 '기존'과 '신생'의 세계가 부딪히는 싸움에 더 가까워 보였다. 여러 마음을 동시에 품는 입체적인 모습이나, 결국 타성의 수렁에 빠져 반복을 택하는 등장인물의 선택은 지독히도 현실적이기에 더욱 씁쓸했다. 이 책에는 '방심한 채 이야기를 듣는다'는 표현이 자주 나온다. 멜로드라마로 시작해 방심한 채 이야기를 들여다보게 만든 뒤, 결코 방심할 수 없는 결말과 그 안에 내포된 노골적으로 세속적인 모습을 마주하게 한다. 책을 모두 읽고서야 왜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이 이 작품을 찬사하며 읽는지 비로소 알 수 있었다. 긴 글을 쓰는 것도 물론 어렵고 대단한 일이지만, 나는 짧은 문장에 여러 의미와 상황, 뜻을 내포하게 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려운 일이라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프랑수아즈 사강 작가는 가히 천재적이다. 긴 설명이나 장황한 묘사 없이, 인간이 관계 속에서 느끼는 미묘한 자존심, 불안, 권태 같은 복잡한 심리를 단 몇 마디 대사와 짧은 문장 속에 압축해 낸다. 이 때문에 인물의 심리 변화가 간혹 갑작스럽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를 곱씹어 볼수록 전혀 어색하지 않게 다가왔다. 오히려 그 깊은 고민의 시간들이 쌓여, 얇은 분량의 책임에도 꽤 오랜 시간을 들여 읽게 되었다. 역설적으로 쪽수는 적었지만, 인물의 서사와 깊은 고민이 내 머릿속에는 훨씬 더 길고 거대하게 펼쳐졌다. 나중에 나만의 소설을 써내려 갈 때, 이 작품은 내게 적지 않은 영감과 영향을 끼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제목의 의미? ❗️작곡가 요하네스 브람스는 평생 스승의 아내이자 14살 연상이었던 클라라 슈만을 사모하면서도, 끝내 마음을 완전히 이루지 못한 채 곁을 지켰다. 이 소설 속 14살 연하 청년 시몽이 연상 폴을 향해 품는 헌신적이고도 애틋한 순애보는 마치 브람스의 사랑을 고스란히 빼닮아 있다. 더불어, 음악가 브람스는 당시 프랑스인들에게는 다소 무겁고 지루한 클래식 음악가로 여겨졌다. 그래서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질문은 단순히 음악 취향을 묻는 것을 넘어, "당신은 지금 먹고살기 바쁜 일상 속에서, 예술이나 사랑처럼 내 삶을 돌아볼 여유를 갖고 살아가고 있나요?"라는 깊은 의미를 담은 은유이다. ❓️프랑수아즈 사강이 출판사 측에 제목을 물음표가 아닌 반드시 말줄임표로 끝맺어 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한 이유는? ❗️말줄임표는 시몽이 건넨 다정한 질문 앞에서 폴이 느끼는 설렘, 권태로운 삶에 대한 회의감, 그리고 앞으로 닥쳐올 관계의 불안과 망설임을 여운 있게 함축한다. 단답형으로 끝나는 물음표와 달리, 이 질문이 폴의 남은 삶과 내면에 오래도록 여운을 남기며 맴돌 것임을 보여주는 장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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