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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열 번을 나고 죽을 때》 완독

·9. 23.·조회 3·댓글 0·좋아요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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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메모

39p. 그거. 그게 비름인데, 밭에서도 나고 공사장 담에서도 자라는 잡초야. … 비름이 말이야. 잡초지만 신통해. 영양분을 끌어모아서 농사를 돕거든. 땅에서 난 것들은 다 쓸모가 있어. 쓸모를 찾는 건 그 땅에 머무는 사람들이고. 45p. 사람의 수명을 백 년이라 가정할 때, 우리가 열 번을 나고 죽어야 비로소 천 년이 흐르는 셈입니다. 참으로 아득한 세월이지요? 이 탑은 그보다 더 긴 세월을 버텨주었어요. 흔들리기도 하고 기울어지기도 하면서요. 48p. 그렇게 시작했는데 막상 해보니까 그 오기가 애정의 동의어 같기도 하더라. 나 뭐든 빨리 질려하거든. 근데 건축은 싫증이 잘 안 나. 내 뜻대로 안 될 때는 화도 나는데 그래도 될 때까지 해보면 언젠간 뭐라도 되어 있잖아. 그게 좋아. 57p. 높고 낮고 완만하다 굽이치며 험준하다가도 부드러워지는 선들. 건축이 무언지 자문하고 자책하면서도, 연필을 잡고 제도 선을 잇다 보면 늘 무언가 만들어져 있었고, 거창하고 근사하진 않아도 두껍고 얇은 선들을 한데 연결하다 보면 다음에 해야 할 게 무언지 조금은 알 수 있었다. 가늘지만 끊기지 않는 선을 마음속에 고이 그려보았다. 이 선도 조금씩 잇다 보면 언젠간 둥글게 연결된 등고선이 되겠지. 60p. 우리가 나고 죽을 동안 삶은 수없이 흔들리고 어긋날 수 있을 테지만, 그 여진 속에서 기꺼이 손잡아줄 사람이 있다면 누구든 조금은 안도하리라 믿는다. 내가 지은 이 집에서 당신이 근심 없이 몸 누일 수 있길 바라며. 62p. 재능은 개개인의 고유한 인장이라 생각했고 평범한 저는 그게 없는 사람이라 여겼어요. 그래서 제 문장을 의심하고 자질을 시험했던 순간이 많았죠. 하지만 쓰다 보니 재능의 정의가 달라졌어요. 지금은 이렇게 생각해요. 재능이란 품고 태어나는 게 아니라 좋아하는 그것 때문에 내가 두려워하고 싫어하는 무언가를 감내하고 견딜 수 있게 만드는 힘이라구요. 서서히 내 안에 새겨지는 것이라고 여겨요. 63p. 〈아부레이수나〉라는 경상도 민요가 있어요. 경상도에서는 모내기 철마다 이 노래를 부른다고 해요. ‘서두르지도 게으르지도 않게’라는 뜻의 ‘아부레이수나’를 되새기며 저는 소설을 써요. 64p. 비록 엉성하고 더뎌도 묵묵히 걷다 문득 뒤를 돌아보면 지나온 길에 발자국처럼 새겨진 시간이 보여요. 글과 건축, 농사뿐 아니라 삶의 모든 과정은 그렇게 빛나는 궤적으로 이루어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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