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있는 곳은 어떤지 물어보고 싶어》 완독

독서 메모
41p. 아빠는 그때도 지금이랑 비슷한 말들을 하셨다. 인생은 길고, 너는 아직도 너무 어린 나이라고,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도전해보라고. 60p. 책을 읽는 일은 어쩌면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의 인생이 얽히고설키는 순간들의 총합인지도 모르겠다. 66p. 살면서 매 순간 깨닫는 사실이 있어. 삶은 절대로 캘리포니아 해변 같지 않다는 것. 산다는 건 오히려 사람을 자꾸자꾸 비관적으로 만들고, 우울한 생각에 빠져들게 하는 영국의 날씨 같을 때가 더 많다는 것. 81p. 한 사람 떠나보내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이라면 앞으로의 이별은 어떻게 다 감당하고 살아야 하나 막막해. 이 깊은 아픔을 몇 번이고 견뎌냈을 길거리의 노인들이 서글프게 강인해 보일 때가 있어. 99p. ‘어쩌겠어’라는 말로 삼킨 속내까지는 그때의 식견으로 다 짐작할 수가 없었다. 그냥 그들이 부러웠다. 의젓한 사람들은 이별의 값도 할부로 감당 가능한 만큼만 지불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100p. 사람에게는 다 각자의 지옥이 있다고 한다. 그 시절 바보 같은 질문을 하던 나에게 ‘어쩌겠어’라는 대답을 한 친구들 역시, 각자의 지옥 속에서 자신이 결제한 몫에 대해 최선을 다하고 있던 것 아니었을까. 112p. 한 번쯤 내 능력이나 노력을 의심할 법도 한데, 그는 그랬던 적이 없다. 언제나 앞뒤 따지지 않고 내 편부터 들었다. 아빠는 나의 대학원 생활 내내 너무 열심히 하지 말라고, 힘들면 언제든지 그만두라고 말했다. 지난 2년 동안, 도망갈 구멍이 있었기 때문에 도망치지 않을 수 있었다. 괜히 남 탓하고 싶은 날엔 죄 없는 아빠를 원망한다. 나를 미워하는 것보다는 아빠를 미워하는 것이 차라리 마음 편한 날들이 있다. 언제까지고 내 맘대로 살 순 없는 건데, 다 받아주지 말지. 살면서 포기도 겪게 하고, 한계를 겪는 날엔 모르는 체하고 내버려 두지. 132p. 기본적으로 잔소리하는 법이 잘 없는 엄마가 딱 한 가지 종종 반복하는 말이 있다. ‘가연아, 착한 끝은 있어도 악한 끝은 없대. 착하게 살아야 해 착하게.’ 눈물뿐만이 아니라 화도 많은 나에게 하는 소리다. 매사 논리로 따지고 들기보다는 양보도 해주고, 이해도 해주고, 웃으면서 살라는 뜻이다. 133p. 내 눈물을 웃음으로 닦아주는 엄마, 다 자란 딸에게 바라는 일이라고는 착하게 사는 것밖에는 없는 엄마, 돈 몇 푼 버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말하는 엄마, 재미있는 일을 하고 살라고, 행복만 하라는 말을 얼굴 볼 때마다 당부처럼 반복하는 엄마. 185p. 반대로 ‘너 상처 한번 받아봐라!’ 하는 마음으로 누군가의 마음을 찌르고 나면, 그 장면은 도저히 잊히지 않았다.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내 안에 생생하게 남아 있었다. 꼭 칼을 쥐어야만 사람 마음 찌를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상처는 특히 사랑하는 사람에게 더 쉽게 줬다. 상대를 너무 잘 알기에 아픈 부분을 정확히 겨냥할 수 있었다. … 그렇게 작정하고 내뱉은 날카로운 말들은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유령처럼 눈앞에 나타났다. … 무서워서 눈 질끈 감고 도망가고 싶었다. 저렇게 아픈 말을 내가 했으리라고는 믿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모두 내가 만든 말의 잔해들이었다. 어디로도 도망갈 수가 없어서 내가 했던 말을 내가 다시 고스란히 듣는다. 191p. 어떤 오류도 없는 완벽한 세상보다는 부족함에 대한 이해, 자라나는 날들에 대한 이해가 있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어쩌면 이해와 다정의 또 다른 말이 완벽인지도 모르겠다. 198p. 더 많은 생명이 내 생활 반경 안에 들어오는 삶을 상상해본다. 나 아닌 존재로 인해 눈물 흘리는 날이 잦아지는 삶. 그러나 그조차 기꺼이 감당할 만큼 행복해질 거라고 감히 짐작해본다.
이 책이 궁금하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