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왜 우리는 슬픈 책을 '좋다' 라고 말하는가.
·4시간 전·조회 23·댓글 0·좋아요 0
이상한 일입니다. 우리는 고통을 피하도록 설계된 존재인데, 기어이 돈을 내고 슬픈 소설을 사서 웁니다. 그리고 그걸 좋은 책이라고 부르죠.
한동안 이게 궁금했습니다. 슬픔이 왜 쾌락이 되는가.
아리스토텔레스는 카타르시스, 즉 감정의 배설이라고 설명했지만 저는 과연 그게 맞을까 의문이 듭니다. 배설이라기엔, 슬픈 책을 덮은 뒤의 감정은 후련함보다 충만함에 가깝거든요.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슬픔은 대부분 형태가 없습니다. 왜 슬픈지도 모른 채 무겁기만 한 날들이 있죠.
그런데 소설 속 슬픔은 서사와 인물과 문장이라는 형태를 갖고 있습니다. 형태가 명징한 것이죠. 우리는 그 형태를 빌려, 형태 없던 자신의 슬픔을 비로소 마주 보는 게 아닐까요. 그러니까 슬픈 책을 읽고 우는 건 남의 이야기에 우는 게 아니라, 그 이야기를 통로 삼아 밀린 내 울음을 우는 것에 가깝습니다. 좋은 비극이 위로가 되는 이유입니다. 그건 "너만 슬픈 게 아니다"라는 말을 논리가 아니라 체험으로 전달하니까요.
그래서 저는 요즘 누가 슬픈 책을 추천해달라고 하면 반갑습니다. 그 사람은 지금 자기 슬픔에 형태를 붙여줄 언어를 찾고 있는 중일 테니까요. 소설을 읽고 눈물을 흘리는 모두들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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