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변신을 다시 읽었는데, 다시 읽으니 이건 그레고리의 이야기가 아니라 가족들의 이야기로 읽혀지네요
·10시간 전·조회 39·댓글 0·좋아요 2
10년전에 변신을 읽었을 땐 벌레가 된 그레고르가 불쌍한 이야기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최근에 다시 펼쳤는데, 전혀 다른 게 보이더군요.
이 소설의 진짜 주인공은 그레고르가 아니라 가족입니다.
그레고르가 벌레가 된 뒤 가족은 처음엔 충격받고, 곧 적응하고, 결국엔 귀찮아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그가 죽었을 때, 여동생은 창밖 햇살을 보며 기지개를 켜죠. 이 장면이 소름 끼치는 이유는 잔인해서가 아니라, 너무나 자연스러워서입니다.
카프카가 그린 건 초현실적 사건이 아니라, 쓸모를 잃은 인간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서 서서히 지워지는 지극히 현실적인 과정이더군요. 벌레는 은유가 아니라 그냥 장치일 뿐이고요.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도 병든 가족, 실직한 가장, 나이 든 부모가 비슷한 곡선을 그리며 존재감을 잃어가지 않습니까.
가장 무서운 문장은 벌레 묘사가 아니라, 가족이 그의 죽음 이후 소풍을 가기로 결정하는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잊혀진다는건 무섭지만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과정이며 동시에 씁쓸하면서도 잊을 권리 잊혀질 권리는 누구에게나 꼭 필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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