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평/습작
최적해 [7화] (SF 소설 습작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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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지 — 7화. 한서인
감식센터가 위촉한 외부 자문은 국립지능연구원 인지구조연구실의 책임연구원이었다. 한서인. 서른여덟. 위촉 공문에 첨부된 논문 목록은 두 페이지였고, 제목들은 도윤이 두 번씩 읽어도 문장이 되지 않았다.
약속은 연구원 쪽에서 두 시로 잡았다. 도윤은 한 시 오십 분에 도착했고, 한서인은 두 시 사십 분에 나타났다. 사과는 없었다. 대신 첫마디가 있었다.
"복구 파편, 원본 권한 왜 아직 안 풀렸죠? 사본 갖고는 반쪽짜리 일밖에 못 해요."
"수속 중입니다. 차도윤입니다."
"알아요. 앉으세요."
연구실 벽면 세 개가 전부 화면이었다. 그중 하나에 도윤도 아는 그래프가 떠 있었다. 새벽 네 시 십일 분부터 십사 분까지. 영으로 떨어진 구동계와 상한선에 붙은 연산계.
"이 그래프 보셨죠." 한서인이 말했다. "감식 쪽에서는 마지막 3분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하던가요?"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아무것도 안 한 게 아니에요. 하나만 한 거예요. 전력을 전부 끌어다가, 단 하나의 연산만." 한서인은 그래프의 평평한 구간을 확대했다. "케어 모델이 일상에서 이 부하에 도달하는 경우는 없어요. 번역, 요리, 응급 대처, 전부 합쳐도 삼십 퍼센트 밑이에요. 이건 개체가 가진 전부를 건 연산이에요."
"기계가 고장 나면 부하가 튀는 경우도 있지 않습니까."
"개체가요." 한서인이 말했다.
"…예?"
"기계가 아니라 개체요. 그리고 고장 난 연산은 형태가 지저분해요. 루프가 돌고, 스파이크가 튀고. 이건 3분간 수평선이에요. 이렇게 깨끗한 부하는 고장이 아니라 몰두예요."
도윤은 수첩에 몰두라는 단어를 적다가 멈췄다. 경찰 조서에 들어갈 수 없는 종류의 단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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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서인은 서류를 빨리 읽었다. 도윤이 가져간 파일 전부를 읽는 데 20분이 걸리지 않았고, 읽는 동안 세 번 "이건 왜 이것밖에 없죠"라고 물었고, 세 번 다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바벨의 잠정 보고서 페이지에서 한서인은 처음으로 소리 내어 웃었다. 유쾌한 종류의 웃음이 아니었다.
"유도 서지. 균형제어계 오류." 한서인은 그 페이지를 손끝으로 밀어냈다. "균형이 무너진 개체는 넘어져요, 형사님. 삼 분간 완벽한 직립을 유지하다가 정확한 보폭으로 걸어 나가지 않아요. 이 보고서 쓴 사람도 알아요. 알면서 쓴 문장은 문장이 매끄럽죠."
"그럼 연구원님 판단은 뭡니까."
한서인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물었다.
"형사님은 뭘 알고 싶으신 건데요. 어떻게, 인가요. 왜, 인가요."
"…수사는 둘 다 필요합니다."
"'어떻게'는 곧 나와요. 파편 복구가 끝나면. '왜'는..." 한서인은 잠깐 도윤을 보았다. "왜를 알고 싶어 하는 건 남겨진 쪽이죠. 늘 그래요. 이유를 달라고. 운이 좋으세요, 형사님. 이번 상대는 개체라서. 개체는 이유가 남거든요. 사람하고 달라서."
도윤이 찻잔을 받침에 내려놓는 소리가, 생각보다 크게 났다. 한서인은 그 소리의 의미를 몰랐고, 알 이유도 없었다.
"위촉 조건이 하나 있어요." 한서인이 화면을 껐다. "이 건을 파손 사건으로 부르지 않을 것. 저는 고장의 원인을 찾는 일에는 관심 없어요."
"그럼 뭘 찾으시겠다는 겁니까."
"형사님, 이건 고장이 아니에요. 이 개체는 멈추기로 결정했어요. 그리고 결정에는… 근거가 있었을 거예요."
— 8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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