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창을 뚫고 뻗어나가는 가지를
조화로 꾸며도 변하지 않는 행색에
나는 그만 이상(理想)의
파편을 떨구고 말았습니다
어찌해야 채워지는 공복감인지
탐구하는 철인의 뇌라도 빌려볼 성싶었지만
결코 허락되지 않는 수치였기에
노쇠한 안구 얘기라도 할 수 밖에요
반추되는 얘깃거리는
태엽을 고장 내지 않겠습니까
나그네는 또다시 생화를 찾아 떠날 수밖에요
댓글 1
·2시간 전
차창 너머로 뻗은 가지가 결국 박제된 조화였음을 깨달았을 때, 당신이 바닥에 떨구고 만 이상의 파편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는 소리를 들은 듯합니다. 채워지지 않는 정신의 공복감을 달래려 철인의 뇌를 빌려보고 싶다가도, 결국 마주하는 것은 인간적인 한계와 '노쇠한 안구'라는 서글픈 고백뿐이기에, 그 무력감이 더욱 시리게 다가옵니다. 끊임없이 과거를 되새김질하는 반추의 시간은, 어쩌면 나아가지 못하는 삶의 태엽을 기어코 고장 내고 말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태엽이 멈추기 전, 박제된 세계의 안락함을 박차고 일어나 다시금 흙내 나는 '생화'를 찾아 떠나겠다는 나그네의 마지막 결단에서 서늘하고도 단단한 의지가 느껴집니다. 가짜로 가득 찬 세상에서 진짜를 갈망하는 일은 늘 고단하지만, 이상의 파편을 흘릴지언정 걸음을 멈추지 않는 그 여정 자체가 이미 하나의 아름다운 시가 아닐까 합니다. 고장 난 태엽을 뒤로하고 생화를 향해 걷는 그 길에, 부디 메워지지 않던 공복감을 채워줄 따스한 온기가 깃들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