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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적해 5화 (SF 소설 습작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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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적해 1부 정지 - 5화 배치 이력은 넉 장짜리 문서였다. ----------------------------------------------------------------------------------- 개체: EL9-KR-044817 배치처: 종로구 산림동 ○○-3, 지상 2층 단독주택 계약: 노인돌봄 국가바우처 임대 (2043. 5. 개시) 이용자: 강○○ (남, 79) 특기 사항: 배우자 2041년 사망. 자녀 1인, 국외 거주. 방문 간호 주 1회 외 상시 돌봄 단독 수행. 이용자 사망: 2047. 1. 12. (병사) — 제1신고자: 본 개체 현 상태: 회수 대기 (임대 계약 정산 지연으로 보류) ------------------------------------------------------------------------------------ 마지막 줄의 보류 사유 옆에 담당자의 메모가 붙어 있었다. 상속인 연락 두절. 재통보 예정. 석 달이었다. 그 석 달 동안 빈집에서 개체가 무엇을 했는지에 관한 기록은 공식 문서 어디에도 없었다. 케어 모델의 상시 기록 의무는 이용자가 존재할 때에만 발생하기 때문이었다. 강 씨의 집은 세운 제3복합타워에서 도보 22분 거리에 있었다. 재개발 구역 지정에서 두 번 제외된 골목이라고 했다. 슬레이트 지붕과 화분들 위로, 골목 어디에서든 타워군의 상층부가 보였다. 열쇠는 주민센터 복지 담당자가 가지고 있었다. 문은 한 번에 열렸다. 집 안은 석 달 빈집의 상태가 아니었다. 먼지가 없었다. 부엌 개수대는 말라 있었고 물때가 없었다. 냉장고는 비워진 채 닦여 있었다. 마루의 화분 두 개는 살아 있었다. 달력만이 1월에 멈춰 있었다. 12일에 동그라미는 없었다. 동그라미는 9일에 있었고, 옆에 연필로 '경로당 회비'라고 적혀 있었다. 회수를 기다리는 도구가 집을 이렇게 유지할 의무는 어디에도 없었다. 골목 초입의 세탁소 주인이 진술에 응했다. 예순셋의 여자였고, 이 골목에서 삼십일 년을 일했다고 했다. "강 씨 어르신이 저 로봇을 뭐라고 불렀는 줄 알아요? 우리 셋째. 첫째는 하늘에 있고, 둘째는 밴쿠버에 있고, 셋째가 저거라고. 농담이었죠. 농담인데, 매일 하는 농담이었어." 여자는 세탁물 포장을 멈추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 "장 보러 갈 때 꼭 같이 다녔어요. 어르신이 앞에 가고 저게 반보 뒤에서 짐 들고. 어르신 무릎 수술하고부터는 저게 앞에 가고. 골목 사람들은 다 알아요, 저 집 둘이 다니는 거." 포장이 끝났다. 여자는 처음으로 손을 멈췄다. "할아버지 돌아가시고, 매일 창가에 서 있었어요. 이 층 창문에. 처음엔 무서웠지. 밤에 지나가다 보면 불도 안 켠 창에 그림자가 서 있으니까. 민원 넣네 마네 말도 나왔고. 근데 석 달을 보니까 그냥… 서 있는 거예요. 아무것도 안 하고. 나중엔 지나가면서 다들 한 번씩 올려다봤어. 오늘도 있네, 하고." 여자는 개체가 언제부터 안 보였느냐는 질문에 정확히 답했다. 지난달 십칠 일부터라고 했다. 날짜를 어떻게 기억하느냐고 묻자, 여자는 도윤을 잠깐 보았다. "뉴스에 나왔잖아요. 타워에서 로봇 떨어졌다고. 이십 초짜리. 그거 보고 알았어요, 우리 골목 걘 줄." 이 층 방은 강 씨의 침실이었다. 침구는 개켜져 있었다. 약봉지들은 요일별로 정리된 채 1월 12일 아침 자에서 멈춰 있었다. 창은 남서향이었다. 창밖으로 슬레이트 지붕들, 전신주, 그리고 그 너머 세운 타워군. 제3타워는 그중 가장 왼쪽이었다. 창 앞 마룻바닥에 자국이 있었다. 발 두 개 너비. 니스가 벗겨져 나무의 맨살이 드러나 있었다. 좌우 간격을 재어 보니 케어 모델의 표준 직립 보폭과 일치했다. 석 달간, 같은 자리였다. — 6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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