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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적해 [3화]. (SF 소설 습작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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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정지 3화 감식 결과 설명회는 사건 사흘째 오후 두 시에 열렸다. 장소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지능기기감식센터 제2분석실. 참관인은 둘이었다. 관할서의 도윤, 그리고 바벨 로보틱스 법무팀에서 나온 정장 차림의 남자. 기체는 스물여섯 개의 트레이에 나뉘어 정렬되어 있었다. 부품마다 흰 번호표가 붙어 있었다. 팔십칠 층은 기계에게도 충분한 높이였다. 형상에 관해 기록할 것은 그 이상 없었다. 감식관은 모니터 세 대를 등지고 앉아 결과지를 넘겼다. 이 센터에서 십사 년을 일한 사람이라고 했다. 그는 서론 없이 네 줄을 읽었다. 一. 외부 충격에 의한 개입 흔적 — 없음. 二. 침입성 코드 및 펌웨어 변조 흔적 — 없음. 三. 사건 전후 24시간 외부 원격 신호 수신 기록 — 없음. 四. 낙하 직전 24시간 구동 로그 — 전 구간 자발 동작 판정. "하나씩 말씀드리죠." 감식관이 첫 줄을 가리켰다. "밀거나 당긴 힘이 있었다면 자이로 로그에 남습니다. 없습니다. 둘째, 해킹이라면 코드 어딘가에 남습니다. 없습니다. 셋째, 원격 조종이라면 수신 기록에 남습니다. 이 기체가 사건 전 여섯 시간 동안 수신한 건 기상 정보 자동 갱신 한 건이 전부입니다. 비 소식이었죠." "그럼 뭡니까." 도윤이 물었다. "그게 문제입니다." 감식관은 결과지를 내려놓았다. "케어 모델은 KC-H 안전규격 7조 적용 대상입니다. 자기 손상으로 이어지는 동작 계열은 하드웨어 수준에서 삼중으로 잠급니다. 소프트웨어가 무슨 결론을 내리든, 몸이 말을 안 듣게 만들어 놓는 겁니다. 그래서 넷이 전부 '없음'인 이 조합은 — 이론상 나올 수 없는 조합입니다." 바벨 측 남자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낙뢰 가능성은 검토하셨습니까. 당일 새벽 수도권에 뇌우 예보가 있었던 걸로 압니다." "예보는 있었고, 낙뢰는 없었습니다." 감식관이 말했다. "기상청 낙뢰 관측망에 그 시각 반경 삼십 킬로미터 내 방전 기록이 없습니다. 결과지 부록 3에 첨부했습니다." 남자는 대답 대신 단말에 무언가를 입력했다. 입력은 꽤 길었다. 설명회가 끝나고, 도윤은 분석실을 나가려는 감식관을 복도에서 붙잡았다. 물은 것은 하나였다. 그래서 이 기계가 마지막에 뭘 하고 있었느냐고. "'했는지'와 '생각했는지'는 다른 질문입니다." 감식관이 말했다. "구동 로그하고 전력 텔레메트리는 제조사 서버에 실시간으로 미러링됩니다. 무엇을 했는지는 다 나와 있어요. 무엇을 생각했는지는 기체 내부의 인지 메모리에만 남습니다. 그건 지금 복구 대기 중이고요." 감식관은 잠시 도윤을 보다가, 다시 분석실로 들어가 모니터 하나를 켰다. 화면에 그래프 두 개가 나란히 떴다. 새벽 네 시 십일 분부터 십사 분까지. 위의 선은 구동계 출력이었다. 십일 분에 영으로 떨어져, 십사 분까지 영이었다. 아래의 선은 연산계 전력이었다. 십일 분에 수직으로 치솟아 상한선에 닿았고, 삼 분 내내 그 높이에서 평평했다. "이 개체, 마지막 삼 분간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연산 부하만… 최대치였어요." 감식관은 그래프의 평평한 구간을 손끝으로 짚었다. "냉각계가 못 따라가서 코어 온도 경보가 두 번 떴습니다. 가만히 서 있는 기계 안에서요. 어깨에 떨어진 빗물이, 닿는 족족 말랐을 겁니다." 도윤은 그래프를 보았다. 움직인 것은 아무것도 없던 삼 분. 그 안에서 무언가가 최대 출력으로 계산되고 있었다. 무엇이 계산되고 있었는가. 그 답은 기체의 안쪽에 있었고, 기체는 더 이상 대답할 수 없는 상태로, 스물여섯 개의 트레이에 나뉘어 번호표를 달고 있었다. — 4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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