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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기원. 왜 우리는 그리고 괴물의 1인칭 시점의 소설에 열광하는가

·3일 전·조회 62·댓글 0·좋아요 1
이 소설의 진짜 공포는 살인 장면이 아닙니다. 문체입니다. 피 냄새 속에서 깨어난 유진의 시점으로 소설은 시작됩니다. 그리고 끝까지 그의 1인칭을 벗어나지 않죠. 문제는 그 목소리가 침착하고, 논리적이고, 심지어 자기 나름의 억울함까지 갖추고 있다는 겁니다. 읽다 보면 소름 끼치는 순간이 옵니다. 내가 지금 이 서술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구나, 하는. 정유정은 독자를 안전한 관찰석에 앉혀두지 않습니다. 포식자의 눈구멍에 독자의 눈을 끼워 넣습니다. 그래서 이 소설을 읽는 일은 악을 구경하는 게 아니라 악의 내부 논리를 체험하는 일이 됩니다. 우리가 뉴스에서 흉악범을 볼 때 "저건 나와 다른 종"이라고 선을 긋는데, 이 소설은 그 선을 지우개로 문질러버립니다. 제목이 다윈의 책과 같은 건 우연이 아니겠죠. 포식자는 돌연변이 괴물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종의 스펙트럼 안에 원래 존재하는 형질이라는 것. 그게 이 소설의 가장 불편한 주장이고, 덮고 나서도 오래 남는 이유입니다. 한국 장르문학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궁금한 분들께, 각오와 함께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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