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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심연이 존재한다. 깊고 어둡고 서늘한 심연이다. 살아오면서 여러 번 그 심연 앞에서 주춤거렸다. 심연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서로에게 건너갈 수 없다.” 나를 혼잣말하는 고독한 사람으로 만드는 게 바로 그 심연이다. 심연에서, 거기서, 건너가지 못한 채, 그럼에도 뭔가 말할 때, 가닿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심연 저편의 당신을 향해 말을 걸 때, 그때 내 소설이 시작됐다. _‘작가의 말’에서 타인에게는 내가 짐작할 수 없는 아득하고 깊은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거기서 멈춰 서 타인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포기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김연수의 소설은 바로 여기에서부터 시작된다. 우리에게는 서로가 건너기 힘든 아득한 심연이 있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해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