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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모든 것을 표상하는 동시에 아무것도 나타내지 않는 공허 텍스트 위에 흩뿌려진 하얀 물감 얼룩, 번역, 그 흼에 대하여 클레어 키건, 조앤 디디온, 수전 손택의 번역가 홍한별 에세이집 제목이 암시하듯 『흰 고래의 흼에 대하여』는 번역에 대한 거대한 비유다. 허먼 멜빌이 거대한 흰 고래의 존재를 규명하기 위해 『모비 딕』의 화자 이슈메일의 입을 빌려 그토록 방대한 서사시를 써냈듯 홍한별 번역가는 이 책의 열네 장에 걸쳐 끝내 완성되지 않을 번역에 대한 글을 책장 위에 그린다. “번역이라는 실체 없는 행위를 말로 설명하려는 기도”이자 “불가능한 번역을 정의하려는 불가능한 몸짓”, 절대적인 사랑이 추동한 집요하고도 아름다운 글쓰기의 모험. 언어와 언어 사이 새하얀 진공에 다가가려는 도전 속에서 수많은 이야기가 번역이라는 축에 의해 떠오르고 연결된다. 홍한별 번역가는 지난 20여 년간 100여 권의 책을 번역하며 평단과 독자의 아낌을 받아왔다.